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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육아휴직 일기 (feat. 공대 아빠)

우리는 과연 잘하고 있는가

얼마 전 아내가 문득 우린 과연 잘하고 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여러 의미를 담은 말이겠지만, 현재의 우리 둘에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것이 육아이다 보니 결국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이어지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니 잘 하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잘하고 있는 것이고, 그건 누가 평가하는 걸까요? 과연 우린 잘하고 있는 걸까요.

Writer. 김성수

끝없는 자기 반성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하지될 대로 돼라 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잘 먹이고 잘 재우고, 혹시나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몸의 건강 뿐 아니죠. 마음과 정신이 바른 아이로 자라도록 훈육을 하면서 이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많구요. 혹시라도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면 내가 뭘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길 수차례. 살면서 이렇게 자기반성의 시간을 많이 가져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아내도 직장을 나가게 되어 맞벌이 부부가 된 우리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 아쉬워 함께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들 노력하고 있는데 스스로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심오 해지는 육아의 세계

티비를 보면 연예인이 나와 슈퍼맨처럼 아이를 돌보고, 인터넷이나 sns에도 육아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로 넘쳐납니다. 뿐만 아니지요. 친구나 지인, 심지어 사돈에 팔촌까지 주변에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언제나 대화의 주제는 아이가 됩니다. 비단 육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육아야 말로 부부의 확실한 주관과 합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아이가 4살이 되니 육아의 고민도 점점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아기일 때만 해도 먹고, 자고, 싸고, 우는 것이 전부였으니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고민들은 과연 심오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아내와 육아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우리가 좀 더 노력해 보자’로 귀결됩니다.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늘 뭔가 부족한 걸까요.

훈육 강도의 줄타기

요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마다 혹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이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땐 아이를 더 다그치게 되고 꾸짖고, 울리게 됩니다. 어쩌면 저 나이 때에 보이는 당연한 행동들도 조금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라고 적응하고 있는 중인데, 저는 자꾸 완성된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를 심하게 훈육하면 아이가 주눅이 들까 걱정이고, 미안한 마음에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면 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그냥 넘어가 아이가 버릇 없이 자라진 않을까 걱정이지요. 일관적으로 아이를 대하고, 일과 가족의 균형을 찾고, 나와 아내의 무게를 공평히 나누는 것,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희생이 아닌 행복으로 채우는 육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될 때 우리 가족 구성원 각각의 상태가 어떤지를 짚어볼 때가 있습니다. 우리 셋 중 누군가 더 큰 짐을 지고 있지는 않은지요.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느라 아내가 무척 힘들 때, 어떻게든 아내에게 쉴 시간을 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가사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내가 힘들어지고, 아이도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저는 저대로 지치고, 내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도 나아지는게 없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아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었지요. 힘든 날이 있고, 조금 더 좋아지는 날이 있는 것인데, 그 힘든 시간을 견디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서로에게 주어진 짐은 물리적인 것 뿐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더 크고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부분 이었습니다.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우리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서로의 심정을 헤아려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에 우선해서도 안되고, 가족의 행복이 나의 행복에 반해서도 안됩니다.

서로의 보폭에 맞추어 걷기

행복한 가족에게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만큼 훌륭한 팀웍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제 겨우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갓 선발된 팀입니다. 맞벌이로 일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쉽지 않은 부분이 많고, 예전처럼 아이에게 오랜 시간 집중해 주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것이 현재 우리가족이 극복해내야 할 과제입니다. 그건 우리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이에게도 이제 이만큼은 견뎌 주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고, 다행히 아이도 천천히 따라오고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부모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한발 씩 양보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면서 우리가 잘 살고 있는지 되물어봅니다.이제 겨우 우리 가족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한 발 한발 천천히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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